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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획/ 국내 1위선사 침몰로 물류업계 피해 일파만파 
작성자 최용석    작성일 2016-09-13   
조회 1336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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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발 물류대란이 일파만파로 커지며 국제물류주선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북미, 구주 등 원양항로는 물론 중동, 중국 등 근해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불어닥친 한진해운 후폭풍으로 국제물류주선업체(포워더)의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발묶인 고객화물 “어떡해야 하나”

국내 1위 선사의 침몰은 화주의 화물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수송해야 하는 포워더들을 뒤흔들고 있다. 지난달 우리나라에서 출항한 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은 현재 전 세계 해상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물류비를 터미널에 부담해야 할 한진해운이 벼랑으로 떨어진 탓에 선박 접안은 물론 컨테이너 하역은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진해운에 화물을 맡겼던 포워더들은 일촉즉발의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당하고 말았다며 허탈해 하는 분위기다. 한진해운의 몰락에 포워더들은 화주에게 실시간으로 보고하느라 주말 밤낮을 반납하고 있다. “화주에게 싣지 말라는 통보는 받았지만 갑자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미리 화물을 돌렸어야 했는데…” “1위 국적선사가 하루아침에 이렇게 무너질 줄이야.”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해운물류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에 선적된 화물은 40만TEU에 달한다. 화물가액으로 따지면 약 15조원 규모이며, 8300여개에 달하는 화주가 이 선사에 화물을 맡겼다.

국제물류주선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화주들이 포워더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다. 한진해운 후폭풍으로 발생한 THC(터미널화물처리비), 하역료, 지체료 등 모든 물류비를 포워더가 고스란히 떠안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향후 납기를 맞추기 위한 대체 운송수단, 타 선사 이용에 따른 추가비용 등의 미래 발생비용도 포워더들이 우려하는 요소 중 하나다. 화물을 수송 중인 선사에게 문제가 발생하면서 중간에 낀 포워더도 위기에 처한 것이다. 특히 화주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부득이하게 선박에 화물이 실린 경우가 가장 큰 문제다. 한진해운을 쓰지 않았지만 CKYHE얼라이언스 소속 선사들을 통해 화물이 선적된 포워더들의 고민은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프레이트포워더들이 한진해운에 맡겼던 화물 규모는 천차만별이다. 적게는 컨테이너 수십여 개에서 많게는 수천 개에 달했다. 특히 미주와 유럽 등을 전문으로 하는 포워더는 많은 화물이 해상에서 발이 묶인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이트포워더 뿐만 아니라 LCL화물(소량화물)을 유치하는 콘솔사들의 피해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러 화주의 소량화물을 모아 1개의 컨테이너를 채우는 만큼 그들이 겪는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화주와의 신뢰도에 금이 가지 않을까하고 우려하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단발성 거래라면 문제가 덜하겠지만, 장기간 거래로 고객과 신뢰를 쌓아야 하는 포워더에게 고객과의 거래 단절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다. 포워더 관계자는 “화주들이 왜 상황파악을 미리 안하고 실었느냐. 너희가 실었으니 책임을 지라는 식의 태도로 나올까봐 걱정된다”며 “지금 화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있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없어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한진해운발 사건이 터지기 전에 접안에 성공한 선박들도 후폭풍을 맞고 있다. 미주 터미널에서는 과다한 하역료를 요구한 탓에 포워더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평균 하역료가 갑자기 약 1000달러 이상 높아지며 입항이 이뤄져도 좋은 게 아니라는 게 그들의 푸념이다. 유럽 항만에서도 추가하역비로 2000유로를 청구하고 있어 업체들은 화물 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모든 포워더들이 악재를 만난 건 아니다. 몇몇 포워더들은 한진해운 여파를 의식해 미리 화물선적을 지연하거나 거래처를 옮겨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대부분의 화물을 다른 선사에 돌리고 일부분을 한진에 실어 거래관계를 유지한 기업도 있었다.

다만 오랫동안 한진해운과 신뢰를 쌓아왔던 포워더는 피해를 고스란히 입었다. 포워더 관계자는 “한두 달 전 본사로부터 지침을 받고 타 선사에 화물을 맡겼다”면서도 “원양항로에서 경쟁력을 갖췄던 선사가 무너지면서 대체한 선사와의 친밀도 제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솟은 해상운임 부족한 선복…포워더 ‘흔들’

한진해운을 이용해 왔던 포워더들은 해상운임 폭등에 할 말을 잃었다. 화물이 다른 나라 항만에 묶인 것도 서러울 판에, 며칠새 운임이 크게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북미항로는 성수기 도래로 추가 운임인상이 예상돼 포워더들의 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발-북미서안 평균 운임은 40피트 컨테이너당(FEU)당 약 1700달러까지 치솟았다. 연초 800달러까지 하락했으나, 7월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1200달러대까지 회복했다. 8월 말 FEU당 1100달러에 머물던 해상운임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파장으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포워더들은 하반기 성수기 진입으로 FEU당 약 2400~2500달러까지 운임이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초에 비해 두 배 이상 운임이 상승하는 셈이다.

갑작스런 운임상승을 놓고 포워더들이 바라보는 시각은 갈렸다. 일부 포워더들은 인상된 운임을 화주에게 전가해 수익창출을 꾀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짧은 기간에 운임이 상승하다보니 화주에게 운임을 전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게 포워더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한진해운에 화물을 실어 부메랑을 맞은 포워더들이 화주에게 운임을 전가하는 것은 쉽지 않다.

포워더 관계자는 “안 그래도 변동 폭이 컸던 해상운임이 한진 사태로 인해 더욱 커지게 됐다”며 “하루가 멀다 하고 운임이 상승하고 있어 화주에게 적용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미주뿐만이 아니다. 중동과 서남아시아, 구주항로 등에서도 운임인상(GRI) 분위기가 확산되며 포워더들의 얼굴엔 그늘이 드리우고 있다. TEU당 200~400달러대를 기록하고 있는 서남아시아와 중동행 수출화물에 대한 GRI가 예고돼 있다. 한진해운 후폭풍이 전 세계 항로의 해상운임을 뒤흔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 항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운임 폭등에 포워더들의 고충은 날이 갈수록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운임인상보다 더 큰 문제는 당장 화물을 맡길 선사가 없다는 것이다. 여러 선사에게 화물선적 요청을 해도 ‘오버 스페이스’라는 답변만 되풀이되고 있다. 현대상선이 지난 8일 미주노선에 4000TEU급 컨테이너선 4척을 긴급 투입하는 방법을 내세웠지만, 이마저도 선복 잡기가 빠듯하다.

한진해운에 오랜 기간 동안 화물을 선적해 온 포워더로서는 뒤바뀐 해운시장 상황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수십 년간 거래해 온 선사가 한순간에 뒤바뀐 셈이다. 포워더 관계자는 “포워더들이 부랴부랴 한진해운을 대체할 곳을 찾자,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선사들이 쉽게 운임을 오픈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시장에 진출한 국내 포워더들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물류업계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포워더들은 한진해운에 대한 채권과 채무를 동시에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운송의뢰 화물)을 보유하고 있는 업체들은 채무를 상환하지 않고 관망 중이다. 따라서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포워더들의 줄도산이 불가피하다.

중국 업체들은 한진해운과 선복공유는 물론 부두사용료, 항만서비스 비용, 컨테이너야드 사용료 등에서 복잡하게 채권채무가 얽혀 있으며 한진해운 선박을 통해 중국에 하역한 화물도 육상운송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중국에서 수입통관이 완료된 화물도 육상운송 업체들이 운송비 미지급을 이유로 수취는 물론 육로운송을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물류업계, 정부 대응에 분노

한국국제물류협회는 회원사인 포워더들의 물류 애로를 해소하고자 지난 6일 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협회 이사회와 업체 대표들이 모여 향후 대책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협회 관계자는 “현재 배에 실린 화물을 우선 내려야 후속조치를 취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향후 대책방안을 협의하고 업체들의 건의사항을 검토해 정부에 건의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무역량 감소로 화물유치에 전력투구해 온 포워더들은 뜻하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 올해 상반기에 시행된 운임공표제와 컨테이너 중량 검증제로 바람 잘 날이 없는 포워더들이다. 두 제도의 공통점은 포워더가 화주에게 추가 물류비 부담을 전가해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화물을 쥐고 있는 화주들의 물류비 증액이 어렵다보니 포워더들은 스스로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거래관계를 구축해 왔다.

포워더 관계자는 “선사와 화주 사이에서 주선업을 하고 있는 포워더들에게 2016년은 정말 쉽지 않은 한 해”라며 “운임공표제, 중량검증제에 이어 이번에 한진 사태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한진 사태로 인해 발생하는 물류비가 포워더에게 부담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국제물류업계는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애를 태우고 있다. 목적지까지라도 화물이 갈 수 있게끔 선사에 대한 자금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포워더 관계자는 “지금 전 세계 바다에 떠있는 화물도 문제지만, 당장 수출돼야 할 화주들의 물량이 산더미”라며 “정부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의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질타했다.

< 최성훈 기자 shchoi@ksg.co.kr >